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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다

category Hobby/독서 2017.02.14 19:45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 한국 미의 특강



 

 도서출판 솔

 작가 - 오 주석

 읽은 기간 : 2011.1.31 - 2.6

 

얼떨결에 재미난 책을 하나 발견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나는 그림을 볼줄 모른다.  내수준은  보테로 같이 웃긴 그림을 보고  히죽 거리는 정도이거나  만화 같이 선이 아주 단순한 그림, 혹은  원색으로 표현된 그림을 좋아하는 정도이다. 한국화 같은 그림을 내수준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그림속에 담긴 철학을 이해 할 리 없다.   언젠가 한번은 한국화를 보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책을 발견하길 바랬었는데 이책이 바로 그런책이었다.

 

 문득, 바람의 화원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소설은 작가가 김홍도 그림의 해석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기 떄문에 작가가 김홍도의 그림을 이해하는 실력이 꽤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이책을 읽어보니. 바람의 화원에 나와 있는 김홍도의 그림 해석이 바로 오주석씨의 해석이었고 이 해석을  많이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김홍도의 그림에 대한 해설이 자세하기도 하거니와 날카롭고 해학적이었다.

 

 "우리나라 그림을 보는 방법" 

저자는 우리나라 그림은 서양의 그림처럼 왼쪽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보는 형태(좌상 우하)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시작해서  왼쪽으로 끝나는 우상 좌하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무심코 서양식으로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의 그림을 잘못 보는 형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그림을 볼때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 듬듯이 보는것이 아주 중요하다 일러주었다.

 또한 그림을 볼때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과 그림과의 거리는 그림 크기의 대각선의 거리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추천하였다. 예를 들자면 큰 그림은 그 그림크기의 대각선 길이에서 떨어져서 보는것이고 공책만한 작은 그림은 그 작은 그림크기의 대각선 만큼 떨어져서  가까이 보는 것이 좋은 감상 방법이라 일러주었다. 

 

이책 속에는 김홍도의 그림 설명이 많았었는데

역시나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여서 그런지  많은 그림에 대한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해주는 설명이 많았다.

 

김홍도가 그린 그림중에 '송하맹호도'와 같은 그림은 신경을 곤두세워 지극정성으로 그려난 걸출한 예술품인데 반해 '씨름'은 서민용으로 막 그래낸 대량생산 그림이라는 말에  약간 놀라기도 했다.  사실 내가 봐도 씨름이나 서당은 쓱쓱 쉽게 그려낸것 같은데 송하맹호도는 바늘보다 더 가는 붓을 이용해서  털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느낌이 들도록 그린것 같다. 또한 저자는 씨름엔 그림에 잘못표현된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오류가있는 그림이 국보로 혹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풍속자료로서 가치는 높다하더라도 말이다.  또한 저자의 설명으론송하맹호도는 국보도 보물도 아니며 그림의 표구자체가 일본식이라 그림의 진가를 많이 떨어트리는 요소라 지적하였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때에는 그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예술을 이해하는 국민전체의 눈높이등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했는데 저자가  이부분에서 무지 씁쓸해 했다.  또 일제 강점기때의 일본인들이 강탈해간 많은 문화재를 언급할때는 나도 열이 좀 받았었다.

 저자가 그림에 대한 해석을 할때  좀 국수주의자 아닌가라는 생각도 약간 가졌지만 워낙 우리나라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는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며 우리 옛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자라고  하소연 하는모습이 살짝 살짝 보이는 것으로 봐선 그것또한 이해할만 했다.  

                               

"우리나라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

저자 오주석은 우리나라 그림은 '생동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림을 볼때 그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두고 보라고 얘기한다. 

물론 저자는 옛그림을 볼땐  내가 옛날 사람이 되었다는 전제로 그림을 감상하라 충고한다.

 

 나는 여기에 잘 따르려고 (나는 등생이는 아니지만 범생이 이므로: 등생-우등생, 범생-모범생) 

 내가 조선에 살고 있는 아낙네다!라고 전제를 깐 다음 송하맹호도를 보니  과장을 찌끔 보테서 소나무 아래 나타난 호랑이 울음소리가  나는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뭐랄까 저자가 제시하는 감상법이 이때까지 내가 해왔던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뭔가 참여하는 능동적인 감상자세를 만들었달까..?

 

 서양 그림처럼  자세하고 정말하고 음영의 구도와 소실점으로 거리가 느껴질수 있는 사진 같은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안에 음양오행(조선시대의 모든 예술품이나 건축물 혹은 모든 것에 기본이 되는)이 다 들어 있으며, 이것때문에 저자가 그림을 이해 하기 위해서 주역을 공부했다는 부분, 즉 저자가 조선시대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단지 그림의 형태를 봐야 하는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멋스러우며 은은한 철학 까지도 아우를수 있어야 제대로된 이해를 할수 있었다는 부분에선  조선시대 예술의 깊은 가치가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이 포스트를 올리고 싶게끔 만든 그림은 "모계영자도' 때문이었다.

 어미닭이 벌을 입에 물고 병아리들에게 주는 장면인데 뭐랄까 무지 정겹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하고 ...좋은 감정이 다 느껴졌다.

이빨 빠진 사기그릇안에 물마시고 고개드는 병아리..

어미닭..

나비..

꽃...

나른하지만 활력있는 봄기운..

 

사실 이런 따뜻한 느낌이 더 드는 이유는 이책에서 이 그림을 설명하는 부분에 더 그런것 같다.

이책 144쪽에 있는 부분을 발췌해 보면....

 

 " 대상을 사랑하는 눈이 중요

 이것은변상벽 (1730~?)  의 닭 그림인데요. 제가 참 사랑하는 그림입니다. 괴석이 있고 찔레꽃이 있고 , 벌 나비가 날아드는데 ,

 암탉이 병아리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암탉의 어진 눈빛이 또로록 구르는가 했더니, 부리 끝에 꿀벌 한마리를 물었군요. 그런데 이 햇병어리

솜털이 어쩌면 이렇게 보송송 할까요?

 또 암탉 깃은 이렇듯 매끈매끈 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만, 엄마 몸이 새끼보다 10배나 커도  눈동자 크기만은 서로 엇비슷하죠?

그 정다운 눈동자 들이 동그마니원을 그립니다. 정말 사랑스런 정경이지요?

제가 예전에 강연할때 늘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햇병아리들이 하나같이 예쁜데 이 모이를 누구입에 넣어줘야 할까요? 참 걱정입니다" 그랬더니,

중간 휴식시간에 한분이 어정쩡하니 제가 다가와서는 어지간히 망설이면서 이런말씀을 하셔요..

"제가 선생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사실은, 제가 양계장을 오래 했거든요"

그래요! 갑자기 뒷골이 쭈뻣하는 느낌이 들어 정색을 하고

"무슨말씀이십니까?" 그랬더니,

"선생님, 그 벌 어떤 병아리한테 줄지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래요.

"그게 무슨말씀이시죠?" 했더니

'"이 암탉이라는게 모정이 아주 살뜰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곡식 낟알을 하나 주워도 그냥 먹으라고 휙 내던지고 마는것이

아니라, 병아리 가는 목에 걸리지 않게끔 주둥이로 하나하나 잘게 부숴  먹기 좋게 흩어준답니다" 해요. 그러니까 좀 잔인한 얘기지만

 꿀벌은 이제 곧 완전 분해가 돼서  잔모이가 될거 랍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그림을 다시 눈여겨 보았더니 ,정말이지 병아리 중에 부리 벌린 놈은 하나도 없어요.

입을 꼭 다문채 엄마가  나누어줄 때까지 눈만 또방거리고 있는 겁니다. "

 

(원래 이렇게 책 한 부분을 발췌하면 안되는디...

paraphrasing 혀야 되는디 이 많은 걸  구찬아서 걍 쓴것이니 ..저작권 어쩌구로 잡아가지 마세요..ㅡ.ㅜ)

 

나도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이 그림을 자세히 봤는데 어찌나 살뜰하게 보이는지..엄마닭의 사랑이 느껴진다.

또 약간의 과장을 하자면 생동감이 넘쳐서 병아리들의 삐약삐약 거림도 느껴졌다.

그림의 세부를 살펴보면 더 웃기는데..

실지렁이를 물고 밀고당기는 병아리도 있고

벌써 물마시고 하늘 보는 병아리도 있고

눈 뒤집혀서 엄마 옆에서 졸고 있는 병아리들도 있고

어떤 병아리는 아직도 엄마 품속에 있을려고 하는 놈도 있고..

벌을 먹을려고 엄마 앞에 모여든 병아리들도 있고..

 

 

실지렁이를 밀고 당기고..있는 놈들

 엄마 앞에서 벌을 먹을려고 모여든 병아리들.

정말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놈들이 하나도 없군..

 

 

바로 앞 정면으로 보이는 눈이 없어보이는(눈이 뒤집어진) 병아리는 선채  졸고 있는 병아리

(크...뭐랄까 따땃한 봄볕에 졸고있는  병아리 인거 같은데..

예전에 내가 국민학교때 100원 주고 사왔던 졸기만했던 그 노란 병아리들도 생각이 났다.)

그앞에 고개 들고 있는 병아리는 입벌리고 물먹고 하늘 보는 병아리

고놈 참 귀엽다..

 

이 그림을 보니 왠지 유쾌해졌다.

따뜻하기도 했다.

흐뭇하기도 했다.

 

뒷부분 초상화에 대한 설명도 나왔었는데 사실적으로 정밀하게 묘사된 초상화에선

 '무자기 毋自欺'라는 철학을 배웠다.

해석을 하자면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만큼 정밀하고도 세밀하게 그려졌다.

인물의 검버섯이나 흠이 될만한 점을 없애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건데

그래서 무자기라는 말이 나온것 같다.

(굳이 요즘 시대로 말하자면 뽀샵질 하지 말고 걍 있는대로 보여라..이런말이겠지..?)

 

저자 오주석은 조선시대의 초상화들이 램브란트의 초상화 보다더 사실적이며 인류회화를 통틀어 최정상급 초상화라 격찬을 했다.

(뭐 저자가 극찬을 하니..나야 그런가 부다..라고 읽긴 했지만 과찬에,, 극찬이,,  좀 오글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해 보인건 사실이다. 또 내나라 사람이 내나라 그림가지고 좋다고 칭찬하는데

동조해줄만도 하다..)

 

166쪽 뒤부분서 부터는 초상화에 대한 뒷얘기와 우리나라의 초상화를 가지고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간이 안좋은지 어디부분이 안좋은지 까지도 알수 있다는 설명도 나오고(그만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놔서)

 초상화에 얽힌 위트있는 이야기들

초상화의 주인공들의 그 뒷얘기와 조선시대의 초상화주인공들의 면면들도 볼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책이 었다.

 

 

벼슬아치 모자를 쓰고 옷은 평복을 입은 자화상

이 그림은 구지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츄리닝을 입고 모자는 실크햇(silk hat)을 쓴거라 저자가 얘기했다.

왠지 선비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약간 똘끼가 충만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분 또한 내가 좋아하는 그 범주안에 은근하게

속한 사람같아 보였다. 얼굴인상도 예사롭지 않은데 아주 맘에 든다.)

 

위의 한자의 뜻은

"가슴 속에는 수 천권의 책을 읽은 학문이 있고,

 또 소매속의 손을 꺼내어 붓을 잡고 휘두르면

태산,화산,숭산,형산, 항산등

중국의 오악을 뒤흔들 만한 실력이 있건마는                           

사람들이 어찌 알리오? 나 혼자 재미있게 그려봤다!

노인네 나이는 칠십이고 노인네 호는 노죽인데

이 그림 내가 그리고 찬문도 다 내가 썼다!" 

 

이때까지 쌓아왔던 선비의 겸손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안드로메다급인 이 강세황의 글은 엄청난 자화자찬으로 범벅이  되었으며, 

스스로 자기 실력을 과하게 칭찬하고 자기 그림도 그리고 찬문도 자기가 쓰고(원래 남이 써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는 의미 였다. 이걸 보면서 참 유쾌했는데 이 그림의 해석이 꽤나 맛깔 스러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자화상을 그리는 선비는 별로 없다고 했는데 김홍도의 스승이었다는 강세황의 뒷얘기를 알게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만약 이 책을 몰랐다면 사실 이런 그림을 구경하지도 못했을 거니와 이 그림이 왜 웃긴 지도 몰랐을것이고. 

강세황이라는유머러스한  인물에 대해서도 몰랐을 것이다.

(왜 나는 조선시대 인물은 모두 심각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도 많은 사람이 살던 때였으니 분명

웃기기도하고  살갑기도하며 위트있고 무언가를 재밌게 해주는 사람이 분명 많을 것인데 말이다.)

이 책에 나온 한두가지   에피소드로 강세황이라는 인물이 유머러스했던 사람이라는 것에 내가

갖고 있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경직되고 딱딱한 이미지가 약간 누그러진것도 이 책이 나한테 끼쳤던 작지만 

클수도 있는 영향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도 한국화 전시전 같은데 가면 이제 쓰윽 갔다가 금방 되돌아 오지 않을것 같다.

그림 보는 방법도 제대로 볼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 ..

자세히 보기도 하고 그림뒤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알아볼수 있는 능력이 아주 쬐끔 생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피카소가 예술은 영혼에 붙은 일상의 때를  떼낸다는 말을했는데,,

이 책의 그림과 설명을 보고 나의 영혼에 붙은 일상의 먼지와 때들도 찌끔 떨어져 나간 기분이 들었다.

 

나의 먼지랑 때를 많이 벗길려면 노래도 많이 듣고

그림도 많이 감상하고

영화도 많이 감상하고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구경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참고)

이 책을 읽고 좀 더 오주석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맘에 검색을 해봤더니..

2005년 2월 49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술 사학계에선 그의 죽음을 굉장히 슬퍼했다는데.. 이제서야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나도 지금 슬프다. 해학적이고도 재밌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의 옛그림에 대한 설명이 아쉽기만 하다..



필자의 옛날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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