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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오래된 미래

category Hobby/독서 2017. 2. 8. 22:10



라다크에서 배우는 미래에 대한 대안책 , 오래된 미래





제목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지은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출판사 : 중앙북스

읽은기간 : 2011.2.27 - 3.4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어머니께서 만화로 된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사다주셔서 우연한

기회에 처음 읽엇던 책을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다시 읽게 되었다. 물론 개정판으로 나온 활자본 책이었다.

이 책은 표지부터 도시로부터 멀리 떠나 있는 삶을 느끼게 하는 묘한 분위기를 준다.

  그렇다. 라다크는 희말라야 아래에만 있는게 아니라 우리도 한국의 라다크를 가지고 있었다. 농업중심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당시의 우리의 시골 생활도 분명 또다른 라다크였다.  한 집에 대가족이 살아가면서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기의 역할이 있었고 가족, 이웃들과 함게 어울렸던 삶의 조각들이 농촌중심의 문화권에서는 삶의 전체일 수 밖에 없었다. 그시절 농촌에 뿌리를 둔 사람들은 60-70년대 개발의 광풍 속에 밀려난 임금노동자와 도시빈민들의 처참한 삶을 인식하지도 못했으니까. 그 생활이 그들이 보는 세상의 전부이고 그것 자체가 그들의 우주였다. 그땐 나도 분명히 행복했었고, 지금도 그시절이 그립고 행복했다고 느낀다.


  집안에서 보면 남자어른들은 농사일, 마을 대소사를 주관 또는 참여하는 일, 여자 어른들은 집안일, 길쌈하기, 밭매기,동네 대소사일에 품앗이 하기, 아이들은 물긷기, 마당의 풀뽑기, 장독대에서 간장,된장,고추장 퍼오기, 아기보기,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줄 물이나 점심밥 나르기, 곡식이 익을무렵엔 새쫒기, 소꼴베기, 소먹이기...고된 일과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자기의 역할이 있었던 우리네 생활이었다. 그 틈을 타서 곡식서리, 과일서리, 각종 놀이도 하면서 땅힘으로 자라던 우리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격려하고 야단치면서 키워내는 사회적 교육의 장이었다.

  이런 곳에 살던 사람들은 그 삶이 고달프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라고 왜 힘들지 않았으며, 왜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까. 그렇다고 우리가 그사람들의 삶이 행복했다 또는 행복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하는건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래된 미래’는  농촌시절의 '향수'만 자극하는 목가적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는 16년이 넘는 시간을 라다크인들과 함께 살면서 '미래'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을 발견해낸다. 자본의 유입과 도시의 발전이 함께 가져온 전통의 파괴와 환경의 오염, 인간 공동체의 해체를 피부로 느끼면서 '전통'속에 담겨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따스한 알맹이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공동의 노동을 통한 유대, 화낼 줄 모르는 배려, 땅과 함께하는 교육, 낭비없는 절제, 수천년을 어어져온 땅과 산 그리고 가축을 다스리는 지혜 등이 그것이다.

저자가 이런 전통 공동체에서 찾고자 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건강한 관계를 찾고자 했고 그것을 통해 서구사회 또는 미래사회가 나아갈 대안을 찾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단순한 반개발, 전통문화 보존의 차원만을 말하는게 아니고, 또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은 오래된 과거 즉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삶의방식, 자연관, 오랜 삶에서 오는 지혜 가 미래의 혜안과 만났을 때, 비로소 분열과 부패, 전쟁과 파괴를 넘어서는 '현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담고 있다. 저자가 부제로 'Learning from Ladakh’( 라다크로부터 배우기)라고 한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농업을 중심으로한 사회의 생활방식과 자본주의 그것도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리는 오늘의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 그리고 오랜 세월 경험을 통해 축적한 결과물에 대해 얇팍한 사회적읽기는 더군다나 송구스런 일이다. 나는 이책에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논하기보다는 내가 경험해 왔던 전통사회, 공동체 내에서의 인간다운 삶, 자연과 가축에 대한 지혜를 확인하고 싶다. 또한 동시대 사람들과의 나눔과 상생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염두에 두는 라다크사람들의 통큰 배려와 깊은 생각의 뿌리까지 드러내 주는 저자의 깊은 통찰은 감명이 깊었다. 

 

  공동체의 삶이 우물안의 개구리의 삶이면 어떠랴, 누구나 지멋에 사는게 사람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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